한국인의 밥상 400회 내 마음의 쉼터 외갓집 가는 길 엄마의 음식 군산항 외할머니의 박대요리

by - 3:15 AM

KBS1TV 한국인의 밥상 400회 내 마음의 쉼터 외갓집 가는 길 엄마의 음식 군산항 외할머니의 박대요리


■ 유년시절 엄마의 놀이터, 군산에서 맛보는 외할머니의 박대요리

군산항은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되던 쌀이 오가던 통로였다. 그때처럼 선박의 뱃고동소리가 우렁차지는 않지만, 아직 옛 항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오랜만에 고향인 군산 조촌동을 찾은 김혜진씨(37)는 유년시절, 넓은 군산 앞바다가 전부 자신의 놀이터였다고 밀한다. 폴짝폴짝 배를 옮겨 타며 낚시하고 놀던 항구는 이제 10살 아들의 놀이터가 됐다. 박대 장사를 하던 어머니와 함께 굴을 따러가서 옆에 쪼그려 앉아 홀짝홀짝 주워 먹던 굴 맛을 혜진씨는 잊을 수가 없단다. 시원한 굴을 생채에 넣고 버무린 굴무생채는 혜진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박대껍질을 벗겨 푹 고아 만든 탱글한 박대껍질묵은 손자들도 가장 즐겨먹는 박대요리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반 건조 박대에 갖은 양념장을 넣고 짭조름하게 조린 박대조림, 도다리를 쌀과 함께 고아 만든 도다리어죽 등 외갓집을 찾은 손주들과 혜진씨를 위해 차린 박대요리 밥상을 맛보러 간다.


■ 엄마 따라 졸졸, 이젠 맛볼 수 없는 엄마의 음식을 재현하다

고향인 충남 서천 송림리를 찾은 한기순(58)씨는 7남매 중 돌아가신 어머니를 유난히 쏙 빼닮은 딸이다. 살에 이는 바닷바람에도 새벽부터 뻘에 나가 조개를 캐오던 어머니. 그런 엄마 옆에 찰싹 붙어 해방조개를 까고 조개 눈을 빼는 일은 기순씨에게 일상이었단다. 어린나이에도 장작불 피워 학교 가는 오빠들 밥을 지어 먹이던 막내딸 기순씨. 막내딸은 엄마의 그림자였다. 조개를 캐고 돌아온 어머니가 언 손을 녹일 새도 없이 굴뚝에 연기 피우며 자식들 속을 뜨끈하게 채워주셨던 음식들. 오늘도 기순씨는 생일을 맞은 오빠에게 돌아가신 엄마 대신 소라 된장국을 끓여주기로 했단다. 망치로 껍데기를 깨 발라낸 소라 살을 넣고 끓인 소라된장국은 특별한 육수 없이도 깊은 맛이 난다. 바지락에 부추를 섞어 노릇하게 부쳐낸 바지락전과, 향긋한 미나리에 쫄깃한 바지락 살을 새콤하게 무쳐낸 바지락미나리무침은 엄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음식이란다. 1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차려낸 바지락 밥상을 만나본다. 

0 comments